제주큰동산 세계자연/친구 마음 샘

[스크랩] 윤동주 서시와 별 헤는 밤

제주큰동산 2007. 10. 19. 22:13

1. 서시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1941년 11월 20일


 

가). 시 감상.

[밝은 별빛에 부끄러움 없는 마음을 비춰]

시인 윤동주는 1941년 겨울, 서울 연희전문학교 졸업을 앞두고 그 동안 룡정과 서울에서 쓴 시작품들 가운데서 일부 작품을 정선하여 초판 77부 한정판으로 연전졸업기념 자선시집을 엮으려하였다. 이 시는 시인이 그해 11월 20일, 자선시집의 출판을 위하여 수 십 편의 자기의 작품가운데서 손수 18수의 작품을 골라내고 나서 맨 나중에 쓴 시이다.

시인은 당시 이 작품에 어떤 제목도 붙이지 않았으며 따라서 이 시의 제목은 《무제》라고 하여야 정확할 것이다. 이 시의 현재 제목 《서시(序詩)》는 사람들이 후에 붙인 것이다. 1948년 1월, 정음사에서는 시인이 손수 선정한 19수의 작품과 기타 작품 12편을 포함하여 31편의 작품을 모아 유고시집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를 출판하였다. 정음사의 이 1948년 초판본에서 이 시는 처음으로 《서시》라는 제목이 괄호 안에 넣어져 붙여지고 그 아래에 《하늘과 별과 바람과 시》라고 씌어져 시집의 첫 머리에 실리게 되었다. 1955년 이후, 시인이 남긴 다른 작품들이 륙속 발굴되고 추가 수록되어 시집의 판이 거듭되면서 이 시는 계속 《서시》라는 제목으로 권두에 실리게 되었다. 서시란 시집이나 장시의 머리 부분에 실려서 후속 시들의 성격을 예시하여 주는 기능을 가진다. 이 시는 시인의 지적 고뇌와 서정이 단적으로 드러난 대표작으로서 시인의 시정신이 고도로 집약되어있고 시인 자신의 시세계가 충분히 요약되어있다. 또한 시인의 이 유고시집이 하늘, 바람, 별과 같은 자연물을 주요대상으로 노래한 시들임을 시사하고 있어 《서시》로서의 의미를 지니기에 조금도 모자람이 없다.

형식상에서 여덟 행으로 이루어진 1련과 한 행으로 이루어진 2련, 이렇게 두 개 련 아홉 행으로 이루어진 이 시는 내용상 세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제1, 2, 3, 4행으로 이루어진 첫째 단락은 시의 도입부분으로 삶의 도덕적 완성을 념원하며 끝까지 지조를 지켜가려는 시인의 의지와 결백성을 표현하고 있다. 《…괴로워했다.》는 과거종지형으로 이루어진 이 첫째 단락에서 시인은 《하늘을 우러》르는 행위와 《잎새에 이는 바람》의 이미지로 시적화자의 괴로움은 과거에 속하는 것임을 표현하면서 부끄러움이 없는 삶에 대한 추구와 이를 실현하는데서 생겨나는 자아갈등을 나타내었다.

두 번째 단락은 시의 제 5, 6, 7, 8행으로 구성되었다. 이 두 번째 단락은 미래추정형인 《…사랑해야지》, 《걸어가야겠다.》로 어떤 바라는 것이나 미래에 대한 의지를 다짐하는 서술형을 취하고 있다. 이 단락은 시의 전개부분으로 시인의 박애사상과 순수사랑을 표현하며 분수에 맞는 삶을 살아가면서 스스로 걸어가야 할 길을 묻고 확인하는 자아성찰과 실천의지를 보여주었다. 미래추정형은 현재와 미래, 현상과 원망 사이의 틈에서 생겨나는 역설적인 의미의 긴장성을 유발하면서 현재는 그렇지 않다는 반어적 의미를 띠고 있다. 《…해야지》는 현재는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을 함축하여 현재는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을 나타낸다. 그리고 《걸어가야겠다.》 역시 현재는 걷고 있는 것이 아님을 시사하며 곧 바로 떠나려고 하는 다짐을 말하고 있는 것이다. 이렇게 시인은 반성적 자아의 실존의식을 드러내면서 자신의 도덕적 완성에 대한 열망을 강도 높게 표현하였다.

시의 세 번째 단락은 한 행으로 이루어진 아홉 번째 행으로 시의 결말을 이룬다. 《스치운다.》라는 현재형으로 마무리된 이 단락에서 시인은 시대상황에 대한 인식과 시적화자의 희망과 념원의 정신을 표현하고 비록 현재 어둠의 력사속에서 괴로운 시련을 당하고 있지만 현실극복의 의지만은 굳게 지니고 있음을 나타내었다.

이와 같이 이 시는 《하늘/ 부끄럼, 바람/ 괴로움, 별/ 사랑, 길/ 인생》의 구조를 펼쳐 보이면서 세 개의 단락에서 각기 화자의 괴로움은 과거에 속하고 화자의 사랑과 의지는 미래에 속하며 화자의 갈등은 현재에 속함을 그려내었으며 티 없이 맑은 별의 이미지를 통하여 전체적인 서정성을 획득하고 시인의 부끄러움 없는 삶에 대한 변함없는 지향을 노래하고 있다.

 

 

나). 또 다른 감상.

 

요점 정리

희망의 문학 작가 : 윤동주

희망의 문학 갈래 : 자유시. 서정시

희망의 문학 율격 : 내재율

희망의 문학 성격 : 성찰적. 고백적. 의지적, 참여적, 반성적

희망의 문학 어조 : 엄숙하고 정결한 분위기, 절대 순결을 윤리적 지표로 하는 청년의 양심 고백적 목소리, 고백적 어조와 의지적 어조

희망의 문학 심상 : 별과 바람의 시각적 심상

희망의 문학 구성 : 시간의 이동에 따른 전개 (과거 - 미래 - 현재)

1연 - 1-4행 과거

1연 - 5-8행 미래

2연 - 9행 현재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러움이 없기를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부끄러움 없는 삶에 대한 소망

미래의 삶에 대한 결의와 의지

현실 인식과 시적 화자의 의지

1연

1-2행 부끄럼이 없는 삶에 대한 간절한 바람

3-4행 현실 상황 속에서의 고뇌

5-8행 사랑의 실천과 진실한 삶의 다짐

2연 - 시련과 고뇌의 현실 확인

희망의 문학 제재 : 별(이상의 세계와 순수한 양심)

희망의 문학 주제 : 부끄러움이 없는 순결한 삶에의 소망, 부끄러움 없는 삶에 대한 간절한 소망

희망의 문학 특징 :

① 대조적 심상의 부각(별과 바람)

② 서술과 묘사에 의한 표현

③ 자연적 소재에 상징적 의미를 부여함

희망의 문학 표현법 : 자기 응시의 독백적 형식, 죽음과 삶의 대립적 구조, 고통을 상징적으로 형상화함

희망의 문학 의의 : 서시(序詩)’라는 제목 그대로 윤동주의 시집인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첫머리에 수록된 작품이다. ‘'과거 - 미래 - 현재'의 순서로 시상이 전개되면서, 식민지 지식인의 고뇌와 현실 극복 의지를 간결하면서도 평이한 시어로 형상화하고 있다. 특히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로 표현된 순수한 삶에 대한 소망이 커다란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희망의 문학 출전 :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

희망의 문학 내용 연구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시이다. 그래서 이 시에는 '하늘', '바람', '별'과 시인의 삶의 길이라고 할 수 있는 '시'가 담겨 있다. 삶의 절대적 기준인 '하늘'에서 어떠한 외부의 고난과 시련에도 빛을 잃지 않고 반짝이는 '별'은 당시 우리 민족이 처한 암울한 현실인 '바람', '밤'과 대비를 이루면서 시적 화자의 '시'를 향한 삶의 방향을 안내하고 있는 것이다.]

죽는 날까지 하늘[삶의 지향점 / 완전무결한 대상, 시적 화자가 양심을 비추어 보는 거울로 절대적 윤리의 표상이고 동양적인 의미의 천도(天道)를 뜻함]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죽는 날까지 ~ 부끄럼이 없기를 : 고난의 현실 속에서 세속적 삶에 타협하지 않으며 양심에 부끄럽지 않게 살겠다는 시적 화자의 태도로 인유(다른 예를 끌어다 비유함)적 표현한 것으로 맹자의 진심장 君子三樂(군자삼락) 중 仰不愧於天(앙불괴어천)과 관련이 깊다.

잎새에 이는 바람[심리적 동요나 내면적 갈등 / 현실적 시련과 고난을 주는 대상으로 '별'과 대립적 이미지로 '나'의 소망을 방해]에도

나는 괴로워했다.[시인의 시적 안목이 가장 섬세한 곳에까지 미치고 있는 3 ~ 4행임]

잎새에 ~ 괴로워했다 : 순결하고 도덕적인 삶을 살고자 했던 시적 화자의 의지와 고뇌와 연민이 드러나 있는 부분으로 그의 괴로움은 자신이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서 생겨난다. 부끄러움이란 잘못을 저질러서만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을 하지 못 하였을 경우에도 올 수 있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자신을 돌이켜 보면서 결백한 삶을 추구하는 젊은이에게 있어서 그의 양심의 뜨거움에 비례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사소한 것에서조차 괴로움을 느낀다고 볼 수 있다. 여기서 '잎새'는 '바람' 앞에서 끊임없이 실존의 위협을 받고 있는 작고 연약한 존재를 상징한다.

별[화자가 추구하는 순수, 이상적 가치이거나, 화자가 걸어갈 길을 제시해 주는 도덕적 목표 등. 순결한 삶, 광명, 소망의 대상, 순수하고 도덕적인 양심]을 노래하는 마음으로[별을 노래하는 마음 : 시적 화자가 지향하는 도덕적 순결성을 추구하는 삶의 자세]

모든 죽어 가는 것[일제 강점하의 우리 민족 / '죽어 가는 것'은 '잎새'와 유사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삶의 고통에 부대끼는 모든 존재를 뜻함 / 살아있는 것의 역설적 표현 / 연약한 존재]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역사와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지식인의 시적 화자가 해야 할 일 혹은 역할'을 의미함 / 민족을 위한 삶의 길, 인생의 과정, 역사적으로 부과된 사명, 짊어지고 가야할 십자가, 순명(順命)의 태도]을

걸어가야겠다.[의지의 표현 - 소명(사람이 일을 하도록 부르심을 받는 일. '부름'으로 순화.) 의식]

~ 겠다. : 확신과 의도를 나타내는 종결어미(시적 자아의 의지)

오늘 밤[어둡고 암울한 현실, 일제 강점기의 암담한 현실]에도 별['별'은 어두운 밤 속에서도 빛을 잃지 않으며, 시련의 바람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외로운 양심을 상징]이 바람[시련과 고난]에 스치운다.['나'의 현재적 상태임]

 

희망의 문학 시적 화자의 태도 : 미래에 대한 희망을 잃지 않고 있고, 도덕적으로 순결한 삶을 지향하고 있으며, 자신이 처한 현실을 부정적으로 인식하고, 순교자적 자세로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려 한다.

희망의 문학 이 시가 감동을 주는 주된 이유는 ? : 순교자적 삶에의 기원과 각오

 

희망의 문학 3행과 9행에 '바람'이라는 시어의 차이점에 대해서 말해 보자

지도 방법 : 이 활동은 똑같은 시어라 하더라도 문맥에 의해 얼마든지 다른 의미를 지닐 수 있다는 점을 학생들 스스로 파악하도록 하기 위한 활동이다. 다소 어려움이 뒤따르는 활동이므로 가급적 모둠별로 나누어 집단 사고를 통해 의미의 차이를 구별해 보도록 지도한다. 특히 문맥적 상황을 최대한 고려하여 섬세한 의미 차이를 발견해 보도록 유도한다. 여기서 ‘바람’은 상징적 표현이므로 그 의미의 차이가 명확히 드러나지 않게 마련이다. 따라서 특정한 해석을 정답으로 강요하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중요한 것은 그 의미를 명확히 밝히는 것에 있는 것이 아니라, 똑같은 시어라 하더라도 문맥에 따라 의미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사실을 확인해 보는 것에 있다.

: 1, 2행에서 화자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소망했는데, 3, 4행에서 잎새에 이는 바람에 괴로워하고 있다. 그러므로 바람에 흔들리는 잎새는 작은 고뇌와 갈등에 흔들리는 화자의 내면 세계를 형상화한 것으로 볼 수 있다. 따라서 3행에서의 '바람'은 화자에게 부끄러움을 느끼게 하는 요인이 되는 것이므로, '화자의 내면적 갈등'을 의미한다. 9행에서의 '바람'은 현실 상황과 관련된 의미를 지니게 된다. '별'과 대조되는 '바람'은 화자가 추구하는 참삶이나 지켜 오고 있는 양심을 흔들리게 하는 '현실적 시련'을 의미한다.(출처 : 김윤식 외 4인 공저 '문학교과서')

희망의 문학 이해와 감상

 1945년 해방 직후 두 권의 유고 시집이 눈길을 끌었는데 그 하나가 <육사 시집>(1946)이요, 또 하나가 바로 윤동주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1948)였다. 윤동주의 이 시집은 그의 가족과 친구들이 스물 여덟의 젊은 나이로 일본 감옥에서 옥사한 고인을 추모하기 위하여 유고작을 모아 세상에 내 놓게 된 것이다. 이 시집에 수록된 첫 작품이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서시"이다. 이 시에는 '1941년 11윌 20일'이란 창작 일자가 남아 있는데 이 때는 윤동주가 연희 전문의 졸업을 앞두고 진로에 고민하던 때로서 그의 나이 스물 넷이었다.

 서시란 '책의 서문 대신 쓴 시'라는 뜻으로, 그의 유고 시집에 수록된 작품 전체의 내용을 개관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시를 분석함으로써 '부끄러움과 자아 성찰의 시인'으로 일컬어지는 윤동주의 시 세계를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서시"는 2연 9행으로 된 짧은 작품이다. 그러나 비록 짧지만 우리는 양심과 사랑을 추구하여 마침내 도덕적 순결의 자기 수행을 다짐하는 시인의 고뇌와 만날 수 있다.

 시상의 전개상 1연은 1행-4행 / 5행-6행 / 7행-8행 등의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다. 과거 시제로 쓰여진 첫 4행은 식민지인으로서의 시인의 고뇌를 절절이 느낄 수 있으며, 조선인을 말살시키기 위해 급기야 창씨개명과 신사 참배를 강요했던 일제 말기에 조국과 민족, 무엇보다도 자신의 양심 앞에서 부끄러운 변절이나 타락을 하지 않으려는 도덕적 순결 의식이 나타나 있다. 1,2행의 표현은 <맹자>의 '군자 삼락(君子三樂)' 가운데 하나로 '우러러 하늘에 한 점 부끄러움이 없고, 굽어보아 사람에게 부끄러움이 없다(仰不愧於天 俯不作於人)'의 인용이다. 바로 이런 군자의 마음으로 시인은 인간이 저지를 수 있는 '한 점'의 잘못조차 허용하지 않고, 부끄럼 없는 삶을 위해 고뇌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3행의 '잎새에 이는 바람'은 2행의 '한 점 부끄럼'을 비유하고 있는 시구로 '부끄럼'이란 추상적인 관념을 시각화시켜 감각적으로 훌륭하게 표현하고 있다. 이러한 시인의 도덕적인 순결과 양심의 추구는 5,6행의 다짐과 7,8행의 강한 결의로 이어진다. 5,6행은 현재 시제로 쓰여진 점으로 보아 시인이 처한 현재에 대한 다짐이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별'의 심상을 생각해 보기로 한다. '별'은 순수, 영원, 희망, 빛, 불변의 가치, 지고지순(至高至純)의 진리 등을 상징한다. 그러므로 '별을 노래하는 마음'이란 '도덕적인 순결의 가치를 추구하는 마음' 또는 '불변의 가치를 예찬하는 마음'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마음으로 '죽어 가는 모든 것' 즉 '소멸되고 사그라지는 생명'들을 밝히는 사랑의 등불이 될 것을 다짐하고 있다. 맹목적이고 헌신적인 아가페 사랑을 말이다.

 그의 "십자가"란 시를 보면 이런 구절이 있다. '괴로웠던 사나이 /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 나에게도 십자가가 / 허락된다면 / 꽃처럼 피어나는 피로 / 어두워 가는 하늘 밑에 / 조용히 흘리겠습니다.'

 이 시는 예수가 너무나도 인류를 사랑하여 스스로 인류의 죄를 대신 속죄하기 위해 십자가에 못 박혀 죽었듯이 시인도 이 조국과 민족을 사랑한 나머지 기꺼이 어두운 시대의 속죄양이 되어 시대를 밝히겠다는 간절한 소망을 그리고 있는 것이다. "십자가"의 그 지고지순한 사랑이 바로 "서시"의 '모든 죽어 가는 것'에 대한 사랑과 일치한다. 이처럼 시인이 추구하는 사랑은 죽음을 각오하고 죽음을 사랑하는 종교적 사랑인 셈이다.

 사랑의 다짐이 미래에의 결의로 나타난 시행이 7,8행이다. 도덕적인 양심과 아가페적인 사랑을 자신에게 주어진 소명으로 알고 결의를 다지고 있다. 자기 수행의 길을 주어진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시인의 엄숙하고 경건한 자세가 사뭇 진지하다.

 지금까지 살펴본 바와 같이 1연이 시인 자신의 양심, 사랑, 수행의 다짐이었다면, 1행으로 된 2연은 주체가 '나'가 아니라, '별'이 되고 있다. 여기서 '별'은 '순수 소망 양심의 세계', '이상적 삶'을 가리킨다고 앞에서 이미 지적하였다.

  '오늘 밤'은 시인이 어둠의 역사로 규정한 식민지 현실을 암시한다. 캄캄한 이 어둠의 세계를 빛으로 밝혀 주는 동시에 시인이 지향하던 순수와 불멸의 세계인 '별'이 '바람'이라는 시련에 놓여 있음을 객관적으로 제시해 주고 있다. 그리고 그런 시련은 그젯밤도, 어젯밤도, 오늘밤에도 계속되어 왔다. 이러한 시련의 제시는 그저 단순한 제시만은 아니다. 오히려 바람이 사납게 불고, 밤이 더욱 캄캄해질수록 시인의 별은 더욱 빛을 발할 것이라는 냉혹한 현실에 대한 다짐으로 읽어야 할 것이다.

이해와 감상1

 이 '서시(序詩)'는 2연의 시이나 다음과 같이 의미를 4단락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1연 1행-2행은 결백하고자 하는 진실의 선언이며, 3행-4행은 욕된 삶을 살아야 하는 인간적 고뇌, 5-8행은 영원한 생명의 나라를 찾아 떠나고 싶은 갈구, 2연은 아픈 자기 성찰로 발전한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워했던', 부끄럼 없는 삶을 살기 위한 결백한 양심의 선언이 이 '서시'의 주제로 부각된다. 특히 9행은 암담한 상황을 상징적. 서정적. 극적으로 형상화했다.

 특히 '서시'에서 '별'과 '부끄럼'과 '죽음'이 주요 모티브가 된다. 별의 이미지는 몇 가지로 유추해 볼 수 있다. 첫째로, 별처럼 멀리 있는 육신의 고향, 북간도의 이국 정서와 단풍잎 같은 동심적 정서가 결합되어 별로 나타난다. 이런 자연 묘사의 수법을 통해 과거의 자아를 회상하는 매개체로서의 별이다. 둘째로, 신념과 미래에 대한 희망이 별로 나타난다. 이 때 별은 '순수한 마음'을 뜻하고, 또한 영혼의 깊숙한 곳에 위치한 아름다운 혼의 표상으로 제시된다.

 부끄러움의 미학은 자기 혼자만 행복하게 살 수 없다는 아픈 자각의 표현이다. 이와 같은 여성 이미지인 부끄러움은 조국에 대한 역사적 민족적 사명을 다하지 못한 송구스러움, 죄책감, 기독교적 세계관에 바탕을 둔 도덕적 순결성에 대한 욕됨 등으로 또한 심화되기도 한다.

이해와 감상2

 이 작품은 해방 후 간행된 윤동주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첫머리에 놓여, 참답고 올곧은 삶을 지향했던 시인의 정신을 대변해 주는 명시(名詩)이다. ‘과거(1~4행) - 미래(5~8행) - 현재(9행)’의 시간 순서를 축으로 하여 자기 양심 앞에 추호도 부끄럽지 않게 살려는 화자의 내적인 번민과 간절한 소망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처음 4행에서는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기를’이라고 하여 초월적 세계와 도덕적 순결성을 지향하는 화자의 삶의 지표를 제시하고, 막상 현실 속에 부대끼며 그렇게 살지 못했던 자신을 반성함으로써 부끄러움 없는 삶에 대한 소망을 표현하고 있다. 다음 4행에서는 운명에 대한 인식과 투철한 역사 의식에서 비롯된 소명 의식을 표현함으로써 미래의 삶에 대한 다짐과 각오를 보여 준다. 마지막 행에서는 이와 같은 결의를 어둠과 바람 속에서도 결코 꺼지거나 흐려질 수 없는 외로운 양심을 의미하는 ‘별’의 이미지로 형상화하고 있다.

 이 작품은 식민지 상황에 처해 있는 젊은 지식인의 고뇌와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의지를 표백(表白)한 시다. 그래서 더욱 진솔(眞率)한 느낌을 준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고백적인 시가 감상에 흐르거나 관념에 빠지기 쉬운데, 이 시는 적절한 상징과 시각적 심상을 활용하여 서정시로 승화시키고 있다.

이해와 감상3

 이 시는 해방 후 간행된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모두(冒頭)에 놓여 참삶을 추구, 지향하는 윤동주의 모든 것을 대표하는 명시(名詩)이다. 윤동주는 식민지라는 암담한 현실 속에서 지성인으로서 겪어야 했던 정신적 고뇌와 아픔을 섬세한 서정과 투명한 시심(詩心)으로 노래한 시인이다. 그는 고요한 내면의 세계를 응시하려는 순결한 정신의 소유자요, 자신이 걸어야 할 삶의 길에 순응하고자 했던 인간이다. 그를 일제 말기라는 문학적 공백기에 민족적 의지와 양심을 지켜주던 대표적 시인으로 평가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그의 시가 시대적 상황의 투시와 양심에서 배태된 '부끄러움'의 인식 때문이다.

 이 작품의 구조는 2연으로 이루어져 있으나, 시간의 변화에 따라 세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1연은 둘로, 즉 1∼4행과 5∼7행으로 나누어 볼 수 있다. 첫 단락은 과거 시제로 지금까지 화자가 살아온 생활의 고백이고, 둘째 단락은 미래 시제로 미래의 삶에 대한 화자의 신념의 표명이다. 셋째 단락인 2연은 현재 시제로 현재의 시적 상황의 제시이다. 결국 이 시는 지금까지 어떻게 살아왔으며, 앞으로 어떻게 살 것이며, 지금 현재는 어떠하다는 구조에 따라 시상이 전개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시의 배경은 별과 밤 하늘이다. 별이 빛나는 그 밤 하늘 아래 시적 화자인 '나'가 존재하고 있다. '밤'은 암울한 시대 상황이며 자아의 실존적 암흑 의식을 표상하고 있으며, '별'은 외로운 양심의 표상이자 구원(救援)의 지표로 희망과 이상 세계를 상징하고 있다. 이런 배경 속에서 화자는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 없기를' 희원(希願)하며, 도덕적 결백성과 순결성 때문에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하'고 있다. '별'과 대조가 되는 '바람'은 화자가 추구하는 참삶과, 지켜 오고 있는 양심을 흔들리게 하는 현실적 시련을 의미한다. 그러므로 이 시에서는 우주 섭리(攝理)에 따라 자신에게 주어진 인생에 충실하는 한편, '별을 노래하는 마음(이상 세계를 지향하는 순수한 마음)'으로, 죽어가는 모든 것과 조국과 민족의 고난을 포근히 감싸 안고자 했던 시인의 지극한 휴머니즘의 정신을 엿볼 수 있다. 특히, 마지막의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라는 시행은 그가 처한 암담한 현실 상황을 대변하는 동시에, 바람에 부대낄수록 더욱 밝은 빛을 발하는 별과 같이 자신의 이상도 빛날 것임을 암시하고 있어, 아직 채 완성되지 못한 24세 때(1941.11.20) 쓴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그의 투철한 현실 인식과 뛰어난 자기 인식으로 드러나는 그의 인간적 성숙도를 짐작하게 해 준다. 그러므로 조국의 독립을 위해 28세의 젊은 나이로 후쿠오카 어두운 감옥에서 숨을 거둔 그가 하늘과 양심 앞에 조금도 부끄럽지 않은 삶을 살고자 했던 번민과 의지의 결실인 이 시는, 우리 모두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에 대한 귀중한 교훈을 주는 데 조금도 부족함이 없을 것이다.

이해와 감상4

 윤동주(尹東柱)가 지은 시. 1941년 11월 20일에 창작되었고 그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詩)≫(1948)에 수록되어 있다. 이 시는 윤동주의 생애와 시의 전모를 단적으로 암시해주는 상징적인 작품이다.
왜냐하면, 이 시는 윤동주의 좌우명격 시인 동시에 절명시에 해당하며, 또한 ‘하늘’과 ‘바람’과 ‘별’의 세 가지 천체적 심상(心像)이 서로 조응되어 윤동주 서정의 한 극점을 이루고 있기 때문이다.
〈서시〉는 내용적인 면에서 세 연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연은 ‘하늘-부끄럼’, 둘째 연은 ‘바람-괴로움’, 셋째 연은 ‘별-사랑’을 중심으로 각각 짜여져 있다.
 첫째 연에서는 하늘의 이미지가 표상하듯이 천상적인 세계를 지향하는 순결 의지가 드러난다. 바라는 것, 이념적인 것과 실존적인 것, 한계적인 것 사이의 갈등과 부조화 속에서 오는 부끄러움의 정조가 두드러진다.
둘째 연에는 대지적 질서 속에서의 삶의 고뇌와 함께 섬세한 감수성의 울림이 드러난다. 셋째 연에는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서의 ‘진실한 마음, 착한 마음, 아름다운 마음’을 바탕으로 한 운명애의 정신이 핵심을 이룬다.
특히,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라는 구절은 운명애에 대한 확고하면서도 신념에 찬 결의를 다지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러한 운명애의 결의와 다짐은 험난한 현실에서 도피하지 않고 운명과 맞서서 절망을 극복하려는 자기 구원과 사랑에 있어 최선의 방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절망의 환경일수록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는 것은 자기자신일 수밖에 없다. 여기에서 윤동주가 택한 자기 구원의 방법은 운명에 대한 긍정과 따뜻한 사랑이었던 것이다.
 그러나 이 운명애의 길은 관념적으로 도출된 것이 아니라 진솔한 자아 성찰과 통렬한 참회의 과정을 겪으면서, 변증법적 자기 극복과 초월의 노력에 의해 마침내 획득되어진 것이라는 점에서 참된 생명력을 지니는 것이다. 그것은 단순한 운명 감수의 태도가 아니라 그 극복과 초월에 목표를 둔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볼 때,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서시인 이 작품은, 시집의 전체적인 내용을 개략적으로 암시하고 있는 시이며, 존재론적 고뇌를 투명한 서정으로 이끌어 올림으로써 광복 후 혼란한 시대에 방황하는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따뜻한 위안과 아름다운 감동을 불러일으킨 작품이라 할 수 있다. ≪참고문헌≫ 하늘과 바람과 별과 詩(正音社, 1948), 韓國現代詩人硏究(金載弘, 一志社, 1986), 尹東柱論(金烈圭, 國語國文學 27, 1964), 윤동주론(金興圭, 창작과 비평 33, 1974), 윤동주의 문학사적 위치(吳世榮, 現代文學 244, 1975), 윤동주특집(나라사랑 23, 1976), 윤동주시와 시론의 반성(홍정선 외, 현대시 1, 1984).(출처 : 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다
). 또 다른 감상.

 

(1). 시상 전개

 

1∼4행:부끄럼 없는 삶의 기원과 괴로움(과거)

      하늘을 우러러/한점 부끄럼이 없기를:맹자의 진심장 중 인생 삼락(人生三樂)의 처음에 나오는 말(앙불괴어천(仰不愧於天).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조그마한 시련.한없이 결벽한 삶을 추구하는 서정적 자아의 태도가 나타난 부분

      바람:상징적 의미-양심의 갈등, 비순수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나는 괴로와했다:어떤 비순수도 용납하지 못하는 양심적인 삶의 자세

 

5∼8행:운명적인 인간애(미래)

       별:시상이 응결된 지배적 심상

       별을 노래하는 마음:이상을 추구하는 마음으로 높고 순수한 마음을 뜻함

       모든 죽어가는 것:생명을 가진 모든 것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포용 의식

 

   9행:시련에 찬 현실(현재)

       밤:식민지 상황. 암담한 시대 현실.

       별:함축적 의미-미래 지향적인 의지, 이상. '별'은 어둠과 바람 속에서도 결코 꺼지거나 흐려질 수 없다.즉,현재 상황을 극복하고자 하는 의지가 형상화된 것이다.

       바람:상징적 의미-현실적 시련의 상황

 

* 시어의 상징적 의미

 하늘:윤리적 판단의 주재자(主宰者)

 별:이상의 세계, 순수한 자아의 세계

 바람:일제 식민지 상황에서 오는 시련

 밤:암담한 시대 상황, 식민지 현실

 

해설 및 감상

이 시는 자신의 전 생애에 걸쳐서 철저하게 양심 앞에 정직하고자 했던 한 젊은이의 내부적 번민과 의지를 보여 준다.

앞의 두 행에서 시인은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바라는 그의 소망을 말한다. 이것은 인생을 오래 살아본 사람의 달관한 말이 아니다. 세상의 갖은 풍상을 다 겪어 본 나이 지긋한 사람이라면 감히 이렇게 말하지 않는다. 그는 자신의 생애를 돌이켜보면서 사람이 부끄럼 없이 산다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 그리고 자신 역시 얼마나 부끄러운 일을 많이 저질렀는지를 알 터이기 때문이다. 세상은 불완전하며 갖가지 그늘과 어둠을 가지고 있다. 그것들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쉽사리 자신의 순수한 마음을 버리고 세속적 삶에 타협하게 한다. 이 작품의 서두는 바로 이러한 가능성에 대한 단호한 거부의 선언이다. 그것은 젊은이의 순수한 열정과 결백한 신념에서 나온다.

그러나 한 점의 부끄러움도 없이 산다는 것은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더욱이 삶 자체가 치욕으로 여겨질 수도 있는 식민지의 상황 아래서 그것은 가능할 수 있는 것인가? 윤동주는 이에 대해 날카로운 반성의 언어로서 답한다.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 나는 괴로워했다.' 그의 괴로움은 자신이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오지 못했다는 자책감에서 생겨난다. 부끄러움이란 잘못을 저질러서만이 아니라, 마땅히 해야 한다고 생각한 일을 하지 못하였을 경우에도 올 수 있다. 그러므로, 끊임없이 자신을 돌이켜보면서 결백한 삶을 추구하는 젊은이에게 있어서 부끄러움이란 그의 양심의 뜨거움에 비례한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이 때문에 그는 무심히 지나칠 수 있는 사소한 것에서조차 괴로움을 느낀다.

그러나, 이 시가 보다 높은 경지를 이루는 것은 여기에 다음의 넉 줄이 이어짐으로써이다. 밤 하늘의 맑은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이 세상에 있는 모든 생명들을 사랑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길을 걷겠다는 담담한 결의는, 자칫 무모한 번민에 그칠 수도 있는 양심적 자각을 성숙한 삶의 의지로 거두어 들인다. 그것은 극히 담담하면서도 의연한 결의와 태도를 느끼게 한다.

별도의 연으로 따로 떨어진 마지막 행은 이와 같은 결의를 시적으로 승화시킨 이미지이다. `오늘 밤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고 했을 때, 이 별의 암시적 의미는 어둠과 바람 속에서도 결코 꺼지거나 흐려질 수 없는 외로운 양심에 해당한다. 그것은 윤동주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젊은 이성의 상징이다. 바로 이 한 줄이 덧붙여짐으로써 양심의 결백함에 대한 그의 외로운 의지는 어두운 밤 하늘과 별, 그리고 바람이라는 사물들의 관계를 통해 더욱 또렷해지는 것이다. [해설: 김흥규]



2. 별 헤는 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 합니다.

가슴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이제 다 못 헤는 것은
쉬이 아침이 오는 까닭이요,
내일 밤이 남은 까닭이요,
아직 나의 청춘이 다하지 않은 까닭입니다.

별 하나에 추억과
별 하나에 사랑과
별 하나에 쓸쓸함과
별 하나에 동경과
별 하나에 시와
별 하나에 어머니, 어머니,

어머님, 나는 별 하나에 아름다운 말 한마디씩 불러 봅니다. 소학교 때 책상을 같이했던 아이들의 이름과,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이국 소녀들의 이름과, 벌서 애기 어머니 된 계집애들의 이름과, 가난한 이웃 사람들의 이름과, 비둘기, 강아지, 토끼, 노새, 노루, 프랑시스 잠, 라이너 마리아 릴케, 이런 시인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이네들은 너무나 멀리 있습니다.
별이 아슬히 멀듯이,

어머님,
그리고 당신은 멀리 북간도에 계십니다.

나는 무엇인지 그리워
이 많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내 이름자를 써보고,
흙으로 덮어 버리었습니다.

딴은 밤을 새워 우는 벌레는
부끄러운 이름을 슬퍼하는 까닭입니다.

그러나 겨울이 지나고 나의 별에도 봄이 오면
무덤 위에 파란 잔디가 피어나듯이
내 이름자 묻힌 언덕 위에도
자랑처럼 풀이 무성할 게외다.

1941년 11월 5일


 

가). 시 감상.

[아름다운 별빛에 닿아가는 부활에의 의지를]

이 시는 시인의 작품 가운데서 가장 아름다운 수작으로 손꼽히는 작품으로서 많은 사람들이 애송하는 시인의 대표작이다. 이 시는 또한 시인이 연전졸업기념 자선시집을 계획하면서 제일 마지막 편으로 수록하려던 작품이다. 자선시집의 출판을 위하여 시인은 수년간에 걸쳐 쓴 자기의 작품가운데서 손수 십 여 편의 작품을 선정하고 나서 1941년 11월 5일에 이 시를 쓰고 시집의 맨 마지막에 넣으려 하였다. 이 시를 쓴 보름 후인 11월 20일, 시인은 제목을 달지 않은 2련 9행의 시를 써서 시집의 첫 머리에 놓았는데 그 시가 바로 후세의 사람들에 의하여 《서시(序詩)》라고 불리는 작품이다. 이렇게 시인의 자선시집은 마침내 권두에 머리시 《서시(序詩)》가 있고 그것에 대응하여 권말에 이 작품, 《별 헤는 밤》을 맺음시로 뒤를 받쳐주도록 하여 비로소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하나의 시집원고가 완정한 모습으로 갖춰지게 되었던 것이다.

이 시는 가을속의 별과 가슴속의 별의 대응구조로 구성되었다. 시에서의 《가을 속의 별》은 시인의 가슴속의 추억, 사랑, 쓸쓸함, 동경과 시와 어머니 그리고 아름다운 모든 것을 표상하는바 시적화자가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의 《가을 속의 별》을 헤아림은 결국 시인의 《가슴 속에 하나, 둘 새겨지는 별》을 헤는 것으로 치환된다.

이 작품은 대체로 1, 2, 3련을 첫 단락으로 4, 5, 6, 7련을 두 번째 단락으로 그리고 8, 9, 10련을 세 번째 단락으로 이렇게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뉠 수 있다.

첫 부분에서 시인은 계절과 하늘 속에 있는 별들을 불러와 잠재울 수 없는 젊은 가슴의 열망과 소동을 보여주고 있다. 별과 하늘은 천체적 이미지의 중심표상으로서 이것은 지상의 한계를 벗어나 아름다운 것, 순결한 것, 열린 것, 꿈꿀 수 있는 것으로서의 천상적 질서에 도달하고자 하는 시인의 갈망을 표현하였다.

두 번째 부분에서는 《별》을 주된 심상의 재료로 삼아 시인의 가슴속에 담고 있는 추억과 모든 아름다운 이름들을 불러내온다. 제 4련의 별과 련계되는 추억, 사랑, 쓸쓸함, 동경, 시 등은 모두 마지막으로 《어머니》의 이미지에 귀납되며 어머니는 다시 별과 함께 시인의 꿈과 리상과 희망의 상징이 되어 막연한 그리움의 대상이 된다. 시인의 어머니는 멀리 북간도에 계신다. 그 북간도는 시인이 태를 묻은 곳이며 패(佩), 경(鏡), 옥(玉) 이런 아름다운 이름들이 있는 곳이며 가난한 이웃들과 함께 비둘기, 강아지, 토끼…가 있는 곳이며 프랑시스 잠과 라이너 마리아 릴케로 표상되는 시인의 시적 뿌리가 깊이 내린 곳이다. 이런 것들은 시인의 원형심상 또는 정서의 원형질을 이루는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그런데 시인에게서 이 향수는 그리운 것, 아름다운 것에 대한 회상의 정서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슬픈 것, 잃어버린 것으로서의 실향의식과 상실의 비애로 나타난다. 그것은 그것들이 《멀리》 있기 때문이다. 이 《멀리》라는 거리감속에는 서울에서 북간도― 룡정과 명동이라는 지리적인 먼 거리와 함께 시간적으로도 되돌아 갈수 없는 추억속의 과거라는 먼 거리가 함께 포함되는 것이며 영원히 닳을 수 없는 리상세계 즉 천상세계인 하늘의 별에 이르는 아쉬움의 먼 거리도 포함되는 것이다.

세 번째 부분에 와서 시인은 《별빛이 내린 언덕 위에》 자기의 이름을 써보고 다시 그것을 흙으로 덮어버리는 행위를 서술하고 있다. 《이름》이란 곧 그의 인격이며 행동이며 지성으로서 시인의 모든 것이 총괄되어 있는 표식이다. 시적 화자가 자기의 이름을 부끄러워하며 언덕에 묻어버리는 이 행위는 시인이 꿈에서도 바라마지 않던 화해롭고 아름다운 세계가 바로 각일각 눈앞에서 무너져가고 사라져가는 것을 보고 있고 이와 같은 심각하고 절박한 상황을 마주하고서도 자신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는 것을 느낀 창백한 식민지지식인의 슬픔과 방황과 갈등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자신의 꿈과 현실 사이의 어긋남을 정직하게 바라볼 줄 아는 시인은 이와 같은 고뇌에 찬 자아성찰의 부끄러움을 넘어서서 《겨울이 지나고》 《풀이 무성할》 것처럼 자기의 아름다운 꿈도 순환적 질서를 통하여 부활하는 자연과 마찬가지로 나중에 가서는 기어코 다시 무성하게 피어날 것을 믿는다는 것을 제시하여주고 있다.

출처 : 윤동주 서시와 별 헤는 밤
글쓴이 : 달소래 원글보기
메모 : 윤동주 詩와 사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