淸 虛
秋史集 書訣(虛運)
글씨가 법도로 삼아야 할 것은 텅 비게 하여 움직여 가는 것이다.
마치 하늘과 같으니 하늘은 남․북극이 있어서 그것으로 굴대(추)를 삼아 그 움직이지 않는 곳에 잡아매고 그런 뒤에 능히 항상 움직이는 하늘을 움직여 가게 할 수 있다. 글씨가 법도로 삼는 것도 역시 이와 같을 뿐이다.
이런 까닭으로 글씨는 붓에서 이루어지고 붓은 손가락에서 움직여지며, 손가락은 손목에서 움직여지고, 손목은 팔뚝에서 움직여지며, 팔뚝은 어깨에서 움직여진다. 그리고 어깨니 팔뚝이니 손목이니 손가락이니 하는 것은 모두 몸뚱이라는 것에서 움직여진다. 또한 오른쪽 몸뚱이의 위쪽에서 움직여지는 것이다.
그리고 웃 몸뚱이(상체)는 곧 아래 몸뚱이(하체)에서 움직여지는데 아랫 몸뚱이라는 것은 두 다리다. 두 다리가 땅을 딛는데 발가락과 뒤꿈치가 아래를 끌어당기어 나막신 굽이 땅에 박히는 것처럼 하면 그러면 이것은 아랫 몸뚱이가 충실하다고 말할 수 있다.
아래 몸뚱이가 충실해져야만 그 이후에 능히 웃 몸뚱이의 텅 빈 것을 움직여 갈 수 있다. 그러나 웃 몸뚱이도 역시 충실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니 왼쪽 몸뚱이를 충실하게 해야 한다.
왼쪽 몸뚱이는 엉겨 붙듯이 책상에 기대서 아래와 거듭 이어져야 한다. 이로 말미암아 세 몸뚱이가 충실해지면 오른쪽 한 몸뚱이의 빈 것을 움직여 나갈 수 있는데 여기서 오른쪽 한 몸뚱이라는 것은 지극히 충실해지게 된다.
그런 뒤에 어깨로서 팔뚝을 움직여 나가고 팔뚝으로 말미암아 손목을 움직여 나가며 손목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나가는데 모두 각각 충실히 함으로써 지극히 텅 빈 것을 움직여 나가게 된다.
비었다는 것은 그 형태이고 그 충실한 것은 그 精氣다. 그 정기라는 것은 세 몸뚱이의 충실한 것이 지극하게 빈 가운데서 무르녹아 맺힌 것이다. 오직 그 충실한 까닭으로 힘이 종이를 뚫고, 그 빈 까닭으로 정기가 종이에 맑게 배어 나온다(淸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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