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큰동산 세계자연/墨香과 그림뜨락

[스크랩] 추사집(秋史集) 서결(書訣) - 허운(虛運)과 청허(淸虛)

제주큰동산 2013. 9. 21. 09:28
 

淸    虛


秋史集 書訣(虛運)



  글씨가 법도로 삼아야 할 것은 텅 비게 하여 움직여 가는 것이다.


  마치 하늘과 같으니 하늘은 남․북극이 있어서 그것으로 굴대(추)를 삼아 그 움직이지 않는 곳에 잡아매고 그런 뒤에 능히 항상 움직이는 하늘을 움직여 가게 할 수 있다. 글씨가 법도로 삼는 것도 역시 이와 같을 뿐이다.


  이런 까닭으로 글씨는 붓에서 이루어지고 은 손가락에서 움직여지며, 손가락은 손목에서 움직여지고, 손목은 팔뚝에서 움직여지며, 팔뚝어깨에서 움직여진다. 그리고 어깨니 팔뚝이니 손목이니 손가락이니 하는 것은 모두 몸뚱이라는 것에서 움직여진다. 또한 오른쪽 몸뚱이의 위쪽에서 움직여지는 것이다.


  그리고 웃 몸뚱이(상체)는 곧 아래 몸뚱이(하체)에서 움직여지는데 아랫 몸뚱이라는 것은 두 다리다. 두 다리가 땅을 딛는데 발가락과 뒤꿈치가 아래를 끌어당기어 나막신 굽이 땅에 박히는 것처럼 하면 그러면 이것은 아랫 몸뚱이가 충실하다고 말할 수 있다.


  아래 몸뚱이가 충실해져야만 그 이후에 능히 웃 몸뚱이의 텅 빈 것을 움직여 갈 수 있다. 그러나 웃 몸뚱이도 역시 충실함이 있어야 하는 것이니 왼쪽 몸뚱이를 충실하게 해야 한다.


  왼쪽 몸뚱이는 엉겨 붙듯이 책상에 기대서 아래와 거듭 이어져야 한다. 이로 말미암아 세 몸뚱이가 충실해지면 오른쪽 한 몸뚱이의 빈 것을 움직여 나갈 수 있는데 여기서 오른쪽 한 몸뚱이라는 것은 지극히 충실해지게 된다.


  그런 뒤에 어깨로서 팔뚝을 움직여 나가고 팔뚝으로 말미암아 손목을 움직여 나가며 손목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나가는데 모두 각각 충실히 함으로써 지극히 텅 빈 것을 움직여 나가게 된다.


  비었다는 것은 그 형태이고 그 충실한 것은 그 精氣. 그 정기라는 것은 세 몸뚱이의 충실한 것이 지극하게 빈 가운데서 무르녹아 맺힌 것이다. 오직 그 충실한 까닭으로 힘이 종이를 뚫고, 그 빈 까닭으로 정기가 종이에 맑게 배어 나온다(淸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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