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흥선대원군과 쇄국정책]
명성황후를 주인공으로 한 드라마들을 보면 흥선대원군은 쇄국 정책으로 나라의 발전을 가로막고 며느리와의 권력 투쟁으로 백성들을 도탄에 빠뜨린 인물로 그려지는 경우가 왕왕 있다. 그러나 흥선 대원군의 10년 섭정 기간은 분명 ‘개혁’ 이라고 할 만한 뚜렷한 정치적 업적들이 상당히 존재하고 있으며 그의 대표적인 실정으로 꼽히고 있는 ‘쇄국정책’ 역시 흥선 대원군에게 있어서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흥선대원군의 쇄국 정책에 대해 쓰기 전에 우선 용어의 정리를 할 필요성이 있을 것 같다. 우리가 흔히 쓰고 있는 ‘쇄국’ 이라는 단어는 올바른 말이 아니다. 우리나라, 그 때의 조선은 그 전부터 중국, 동남아 등과 외교와 무역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라의 문을 완전히 걸어 잠금’ 이라는 쇄국이라는 용어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이다. 흥선 대원군이 무역을 허락하지 않은 것은 미국, 프랑스 등의 서양 열강들이었기에 ‘쇄국’ 이라는 말보다는 ‘국교의 제한’ 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이다.
그렇다면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왜 흥선 대원군은 ‘쇄국’ 이라는 역사적 오명까지 감수해 내면서 국교를 제한하려고 했던 것일까? 그 당시 세계는 거대한 중국이 무너지고 서양 열강들을 중심으로 힘이 재편되는 시기였다. 대대로 중국 중심의 세계관을 가지고 있었던 조선 사람들에게 서양 열강의 침투는 상당한 문화 충격으로 받아 들여졌고 대원군 역시 이러한 충격으로 인해 백성들이 혼란에 빠지는 것을 원하지 않았다.
이러한 대원군의 생각은 병인양요와 남연군묘 도굴사건, 신미양요 등의 사건을 겪으면서 더욱 확고해졌고 그들과의 무역을 거부함으로써 조선의 안위를 도모하려는 정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대원군의 국교 제한은 독단적이고 고집스러운, 자가당착에 빠진 외교 정책이 아니라 그 당시 조선 사회 속에서 대원군이 요구 받았던 너무나도 평범하고 당연한 선택이었다.
그는 열강의 침입을 힘겹게 막아내는 무리수를 둠으로써 왕실의 안위를 보전하고 백성들의 혼란을 최소화할 목적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나라를 이끄는 정치가의 입장으로서 갑작스런 국교 확대로 수반되는 타격보다는 상태 유지를 통한 평온함이 더욱 ‘매력적’ 이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일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늦은 근대화의 책임을 대원군에게 돌릴 수만은 없다.
‘대원군만 없었더라면, 대원군이 쇄국 정책을 펼치지만 않았더라면’ 이라는 역사적 가정은 부질없는 것이고 조선 근대화의 실패를 대원군의 10년 섭정에 돌리는 것 또한 무책임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작 조선의 근대화가 실패했던 이유는 대원군의 외교 정책에 있는 것이 아니라 조선 말기로 치달으면서 본격화 된 온건 개화파와 급진 개화파의 정치적 충돌, 일본과 중국, 러시아 등에 기댄 개혁 정책, 백성들의 이해를 구하지 못하고 성급하게 이루어 진 근대화 추진에 훨씬 더 많은 책임이 있다고 할 것이다. 외세에 의한 수동적인 근대화는 결국 그들의 이익만을 위해 존재할 뿐이었으며 그것을 주체적으로 받아들이지 못한 민족적 역량의 부재가 곧 일제 강점이라는 비극으로 치닫게 된 것이다.
흥선 대원군은 몇몇 실정이 있었다고 하더라도 한 때 백성들의 열렬한 지지를 기반으로 성공적인 개혁 정치를 실현한 몇 안 되는 걸출한 정치인이었다. 물론 그의 정책이 모두 옳은 것은 아닌 것처럼 그의 외교 정책 역시 분명한 역사적 책임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조선 근대화 실패의 책임을 대원군에게만 돌리는 것은 너무나도 가혹한 행위가 아닌가.
그는 분명 그가 맡은 자리, 그가 맡은 임무에 충실한 사람이었고 나름의 비전을 제시할 줄 아는 정치인이었다. 수 많은 이념과 사상이 충돌하던 그 시대 상황에서 대원군 역시 하나의 선택을 했을 뿐이다. 이제 우리는 대원군의 ‘외교정책’ 을 바라보고 한말 우리가 부딪혔던 한계를 되새기면서 능동적이고 주체적인 민족적 역량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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