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木簡이 꼬리표 역할… 음식물 유통기한도 표시
[조선일보 신형준기자]
통일신라시대에도 ‘택배(宅配)제도’가 있었으며, 음식물에 제조연월일을 적어 ‘유통기한’을 표시했다. 이용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사는 30일 경주 안압지에서 출토된 통일신라시대 목간(木簡·나무조각에 먹글씨를 쓴 것) 47점(국립경주박물관 소장)을 분석한 결과라고 밝혔다. 종이가 귀하던 고대에 목간은 물품이나 짐의 꼬리표, 혹은 메모지 역할을 했다. 목간은 1970년대 경주 안압지 발굴 때 처음 나온 이후 지금까지 전국적으로 350여 점이 나와 문헌을 보완할 사료로 평가받고 있지만, 연구는 아직 초기 단계다.
이 학예연구사는 “안압지는 태자가 사는 동궁(東宮)에 접한 연못이었고, 여기서 출토된 목간(중심 연대 8세기)을 살피면 당시 왕족들의 식(食)문화 등 신라인들의 문화 생활 전반을 살필 수 있다”고 말했다. 우선 통일신라시대에도 ‘특급 택배제도’가 있었다. ‘遣急使條高城?缶 辛審洗宅○○瓮一品仲上(견급사조고성해부 신심세택○○옹일품중상)’이라는 목간이 좋은 예다. ‘급히 관리를 강원도 고성으로 보내서 항아리(缶)에 담아 온 젓갈, 동궁에서 쓸 의례용, (두 글자 판독 불가), 독(瓮)은 하나, 등급은 중상품’이라는 뜻이다. 신라시대 택배제도가 오늘날과 다른 것은 태자 등 왕족을 위해 국가가 직접 ‘특급 택배’를 관리했다는 점이다.
궁중에서 상한 음식을 썼다가는 경치게 마련! 때문에 ‘제조연월일’을 적어 ‘유통기한’을 명확히 했다. ‘三月二十一日作 獐助史缶○(삼월이십일일작 장조사부○)’가 그런 경우다. ‘3월 21일에 만든 노루고기를 담은 항아리’라는 뜻이다.(‘助史·조사’라는 말은 아직 해독이 안 됐다.)
그러나 ‘유통기한’이 오래갈 수 있는 식품에는 현대의 포도주처럼 제작연도만 적었다. ‘○卯年第二汁○斗(○묘년제2즙○두)’라고 쓰인 목간이 한 예다. ‘토끼띠의 해에 만든 ‘즙’인데 제2등품으로 ○말(용량 단위)이다’라는 뜻이다. 이 학예연구사는 “즙은 향신료·조미료·탕약·고기즙·야채즙·과일즙 등 다양하게 해석할 수 있는데, 등급이 있었으며, 몇 년 동안 보관될 수 있다는 점에서 술이나 장(醬)일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목간에는 ‘加火魚(가화어)’ ‘生鮑(생포)’라는 한자도 적혀 있다. 각각 ‘가물치’와 ‘전복’을 뜻하는 말로, 전복 등이 당시에도 궁중에서 쓰이던 고급 해산물이었음을 알려준다. 이 학예연구사는 “목간에는 전복 등 해산물 외에도 노루나 멧돼지, 짐승의 내장 등이 등장해 신라인들이 이런 음식을 선호했음을 알 수 있다”고 했다.
이기동 동국대교수(고대사)는 “우리보다 목간 연구가 빠른 일본도 궁궐 안에서 나온 목간으로 궁중에서 벌어진 각양각색의 생활상을 복원하고 있다”며 “최근 국내 학계에서 목간 연구 붐이 일고 있는데, 요즘 세계 역사학계 추세인 ‘미시사(微視史)’ 경향과도 맞아떨어진다”고 평했다.
이 학예연구사는 이 내용을 오는 2일 한국역사연구회가 ‘목간과 한국 고대의 문자생활’을 주제로 여는 세미나에서 발표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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