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로(水路)부인 때문에
진달래 흐드러진 층층바위
떨어지는 진달래 꽃잎 꽃잎에
수로부인의 눈길이 가느스럼해질 무렵
느리게 느리게 소똥 묻은 고삐 잡고 가던 영감이
철늦은 연달래로 사그라지던 영감텡이가
수로부인의 물고운 꽃빛에 이끌려
천남성 두루미모가지 빼듯 꼴까닥 사랑 모가지 뺐단 말이지
제맘대로 꿀풀 꽃대롱 조롱조롱 층층이 꽃 피우고
비단덩굴로 감겨들 것만 같은 수로부인 눈길 끝에 일렁이며 별꼴로
희한한 별꼴로
어둠에서도 사랑고삐 찾는 환한 으아리 눈빛으로
층층바위 꼭대기로
꼭대기에서 수로부인에게로 빨개진 달래빛으로
사랑꽃대궁 내밀었단 말이지
비비추 겹겹이 흐드러진 치마폭 지나
처녀치마 갈래져 하늘하늘 부끄러운 상사화 맨살에 미끄러지다가
여기 저기 봄맞이 피어 하얀 가슴골 숨가쁜 물길을 가까스로 통과해
사랑고삐 꼭 잡고
알록달록 바람꽃술 드리운 사랑이파리 열라 했단 말이지
다음 날 온 마을, 온 장터에
밥솥 뚜껑 다 열리고 국솥 뚜껑 다 열리고
소이까리 사랑이까리 부글부글 끓어 물러진 소문이 소문이
개불알로 큰개불알로 부풀어올라 나팔꽃 벌어지듯했거든
고삐 놓아 버린 수로부인의 평울 소리 가물가물 고개너머 갈 동안도
영감 대가리는 늦가을 잎마른 해바라기대가리 됐다는 소문까지
한밤중까지 이 집 저 집 지붕꼭대기로 박꽃 피듯했거든
어쩌겠나
다음 날에도 그 다음 날에도
빨간 꽃대궁 내밀다 노란 똥풀에 엎어졌다고
소문에 소문에 덩굴져 이까리 감기는 소문에
흰제비꽃도 웃더라 노랑제비도 웃더라 이 제비 저 제비 다 웃더라
그 쌔비런 봄까치도 땅바닥에 퍼져 까작까작 웃는다 어쩌겠나
어쩌겠나 영감아
사랑은 쓴 냉이고
사랑은 따가운 며느리밑씻개다
소이까리 풀려진 영감아 어쩌겠나
어쩌겠나
4339. 5. 아기장수
토종말 원문
*** 수로(水路)부인 때문에
참꽃 흐드러진 칭칭방구
널찌는 참꽃 꽃잎 꽃잎에
수로부인의 눈질이 간수룸해질 무렵
느리게 느리게 소똥 묻은 이까리 잡고 가던 영감이
철늦은 연달래로 사그라지던 영감디이가
수로부인의 물고분 꽃빛에 이끌리
천남성 두루미모가지 빼듯 꼴까닥 사랑 모가지 뺐단 말이제
지맘대로 꿀풀 꽃대롱 조롱조롱 칭칭이 꽃 피우고
비단덤불로 감기들 것만 같은 수로부인 눈질 끝에 일렁이미 빌꼴로
희한한 빌꼴로
어둠에서도 사랑이까리 찾는 환한 으아리 눈빛으로
칭칭방구 만대로
만대서 수로부인한테로 빨개진 달래빛으로
사랑꽃대궁 내밀었단 말이제
비비추 접접이 흐드러진 치매폭 지나
처녀치매 갈래져 하늘하늘 부끄러븐 상사화 맨살에 미끄러지다가
여~ 저~ 봄맞이 피어 하얀 가심꼴 숨가쁜 물질을 가까시로 통과해
사랑이까리 꼭 잡고
알록달록 바람꽃술 디리운 사랑이파리 열라 캤단 말이제
담 날 온 마실 온 장터예
밥솥 소디비이 다 열리고 국밥 소디비이 다 열리고
소이까리 사랑이까리 부글부글 끓어 물러진 소문이 소문이
개불알로 큰개불알로 부풀어올라 나발꽃 벌어지듯했거든
이까리 놓친 수로부인의 핑대이 소리 가물가물 고개너머 갈 땁새도
영감 대가리는 늦가실 잎마른 해바라기대가리 댔다는 소문꺼정
한밤중꺼정 이 집 저 집 지붕만대로 박꽃 피듯했거든
우야겠노
담 날에도 그 담 날에도
빨간 꽃대궁 내밀다 노란 똥풀에 자빠졌다고
소문에 소문에 덤불져 이까리 감기는 소문에
흰제비꽃도 웃더라 노랑제비도 웃더라 이 제비 저 제비 다 웃더라
그 쌔비런 봄깐채이도 땅바닥에 퍼져 까작까작 웃는다 우야겠노
우야겠노 영감아
사랑은 신내이고
사랑은 따가븐 미느리밑씻개다
소이까리 풀리진 영감아 우야겠노
우야겠노
4339. 5. 아기장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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