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일본기
글 : 제주큰동산
일본에서 낯선 곳을 헤매다 길을 물을 때 그 상대가 누구든지 내가 타야 할 지하철까지, 혹은 내가 가야 할 갈림길까지 동행해 주거나 안내해 주는 친절을 경험한 나는 황송할 따름이었다. 이 정도까지는 안 해 줘도 되는데…… 우리나라에서 길 물었다가 번번이 손사래를 치며 도망치듯 가는 사람들의 뒷모습을 보며 허탈해했던 나로서는 몸 둘 바를 모를 일이었다.
우리는 우리 선조들이 얼마나 큰 여유를 갖고 관조하는 삶을 살았던가를 우리 역사 속에서 익히 봐 왔다. 그 여유를 오늘날의 우리에게서는 찾아 볼 수가 없다. 우리는 얼마나 조급하고 전투적으로 살아가고 있는가. 모든 것을 전쟁하듯이 다급하게 취급했는데 길 묻는 사람에게 보일 여유는 없겠지.
안정된 사회, 잘 되어 있는 사회 보장, 경제적 여유로움에서 비롯된 일본인들의 생활 속에서의 여유. 경제 발전을 위해 내몰리던 상황이 몸에 배어서 입시도 전쟁이고 취직도 전쟁인 우리들. 나는 또 고민한다. 고등학교 시절을 입시 전쟁을 치르기 위해 보내야 하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내가 할 일은 무엇인가. 우리는 어떤 근본을 잊고 사는가. 입시가 덜 전쟁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일본을 통해 또 해 본다.
길가의 어느 도리야끼 집에 들렀을 때이다. 숯불로 고기 굽는 일이 뭐가 그리 신이 날까. 종업원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넘치고 그들끼리의 대화도 정겹기만 하고, 손님을 대하는 그 손놀림의 경쾌함이란 …… 경이로왔다. 이런 경험은 이후 스시집이나 우동집에서도 수두룩하게 많았다. 말로만 직업에 귀천이 없는 우리들과는 달리 일본은 진정 직업의 민주화가 이루어져 있었던 것이다. 일본 젊은이들의 이상한 헤어스타일이나 옷차림을 보고 걱정되는 바가 없지 않았지만, 일을 할 때의 성실성과 즐거움을 보면 그것은 곧 노파심이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이다.
직업에 대한 편견이 없어지고 그래서 대학도 전쟁 치르듯이 뚫고 들어가야만 하는 곳이 아니라 진정한 학문의 장이 될 때, 그래서 우리의 학교가 칼을 갈아야 하는 곳이 아닌 서로 더듬고 어루만지면서 인간을 되찾게 될 때 그런 속에서 우리도 다시 여유로움을 회복하면서 삶의 질을 얘기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요즘 주위 사람들로부터 좋은 일 있습니까?하는 말을 자주 듣는다. 15일간의 일본 여행이 나에게 준 선물, 여유로움의 회복. 가볍게 머리를 치는 깨달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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